로그인
첫 페이지 로그인 회원가입 즐겨찾기 추가 나만의 공간 나 홀로 서재 운영자 연락사항

 

사이트 제작 안내 링크

 

장기숙님

 

37
360
67,679
7,862,524

 

 
date : 09-03-10 21:30
묻지마 관광
hit : 7,625  
묻지마 관광

 좀 오래된 일이지만 나도 묻지마 관광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은행잎이 곱게 물든 10월 어느 날, 아침 10시에 친구와 C극장 앞에서 관광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도착하자 극장 앞에 모여 있던 7,8명이 승차하니 20여 명이 이미 버스에 타고 있었다. 그 버스는 바로 목적지로 향하지 않고 시내 이 곳 저 곳을 돌면서 3,4명씩 손님을 더 태우는 것이었다. 약속된 40여명이 버스에 타자 인접도인 충청도로 향했다. 모집책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오늘 하루 유쾌, 상쾌, 통쾌한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말만 들어 호기심이 컷 던 ‘묻지마 관광’을 친구의 권유로 같이 참여하니 처음에는 좀 얼떨덜 했었다. 맨 먼저 궁금한 일은 나에게는 어떤 여성이 짝이 되며 그 여성은 어떻게 결정할까 궁금했다.
“공평하게 파트너를 맺어 주는 일이 첫 단계죠.”
모집책의 손에는 화투가 보였다. 고스톱으로 낯익었던 화투가 그날의 파트너를 결정해 주었다. 화투 48장 중에서 동과 비를 빼고 40장을 반절로 나눠서 남녀에게 무작위로 나눠 주웠다. 그래서 1월 솔 광을 뽑은 남자는 1월의 홍단을 가진 여성과 한조가 되었다. 4월 흑싸리 껍질의 남자는 역시 4월 껍질을 가진 여성과 한조가 되었다. 그렇게 맞춰가니 누구 하나 불평을 할 수 없는 공평한 추첨이 되었다. 파트너가 발표될 때마다 박수를 받았다. 옆에 앉게 되자 어색한 미소가 오가며 서로 인사를 나누웠다. 굳이 이름을 알려하거나 묻지도, 대답하지도 않지만 성씨 정도는 그날 대화를 위해 필요하리라. 그래서 묻지마 관광인가보다.
 나의 파트너는 인근 H읍에서 왔다는 40대의 여성이었다. 그 여성은 그간 바쁘던 과수원 일도 끝나고, 친구 따라 강남에 온 기분으로 왔노라고 했다. 참가비 2만 원을 내고 용기 내어 참여했으니 서로가 유쾌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파트너에 대한 긴장을 풀고 분위를 살리려고 사회자는 달리는 버스에서 뚜엣으로 노래 부르기 경쟁을 시켰다. 노래방 점수가 100점 나오면 무조건 세금 1만 원씩을 뜯어갔다. 높은 점수가 나오면 오히려 선물을 주워야 한다고 말해 보았지만, 걷고 있는 벌금은 공적자금으로 잘 집행할 것이라며 웃었다. 우리도 노래실력을 인정받아 벌금을 내었다. 그런데 두서너 팀 만 제외하고 대부분 100점을 맞으니, 주최측은 수입을 올려 미소를 짖는 시간이었으리라. 노래에 맞춰 박수치고 작은 실수에 웃다보니 대전의 변두리 식당에 도착했다. 파트너와 나란히 앉아 맛있게 점심을 먹으며 설익은 농담에 까르르 웃고 또 웃었다. 식사 후 지하의 홀에서 사교파티가 벌어졌다. 신나는 반주에 추억의 트위스트도 추고, 어떤 팀은 막춤을 추웠다. 다른 팀은 소주와 맥주를 마시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평소 지르박과 탱고에 소질이 있던 사람은 더욱 유쾌한 시간이었으리라. 버스 속에서 유머가 풍부했던 키가 큰 남자는 오늘 하루의 운이 좋은지 빨강 바지를 입은 파트너를 만나 브루스를 멋있게 추어 최고 커플로 박수를 받았다. 참여자 모두들 어제의 걱정거리는 멀리 태평양에 던져버린 듯 미소가 멈추지 않는 상쾌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2~3시간이 지나자 사회자가 말했다. 지금부터 2시간동안 자유 시간으로 주니 각자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라며 오후 5시에 출발하겠다고 했다. 끼리끼리 데이트 시간이다. 소위 묻지마 관광의 하이라이트라고 누군가 수근 거렸다. 나는 동행했던 친구 팀과 한조가 되어 시장 속으로 들어갔다. 능력 있는 사람은 2시간이면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볼 수도 있고, 찜질방에서 땀을 흘리고 올 수도 있겠지. 나와 친구 팀은 시장에서 과일과 건어물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여성은 자기파트너가 선물이나 한 아름 안겨줬으면 하는 기대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우리 일행 4명은 구석진 다방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약속시간을 채웠다. 처음 만난 파트너와 점심 한 끼를 먹으며, 귀에 익은 음악에 맞춰 제멋에 취해 막춤을 추웠으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에 까르르 웃어버린 일이 묻지마 관광의 전부였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는데 파트너와 하루를 보냈으니 대단한 인연이 된 셈이다. 웃음은 만병 치료제라고 했던가. 오늘 하루 많이 웃고, 많이 움직여 만보를 채웠으니 충분히 본전은 뽑은 듯싶다.

 대학생이 미팅을 했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당연하게 여긴다. 성인들의 묻지마 관광도 이름만 요란하지, 대학생의 미팅과 별로 다르지 않은 듯했다. 냇가에서 흐르는 물은 젖소가 먹으면 신선한 우유가 된다. 그러나 같은 물이라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된다. 또 칼은 부엌에서 사용하면 맛있는 반찬을 만들고 과일을 깎는 훌륭한 생활 도구다. 그런데 칼을 잘못 쓰면 무서운 무기가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행동하기에 달려있다. 무릇 인간의 사고(思考)와 행동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떠오르게 하는 게 묻지마 관광이 아닐까 싶다.

09-03-13 13:54  
김경수님의 글

저도 한번 가보고 싶었던 '묻지마 관광' 이었습니다.
저도 한번 타보고 싶었던 그 관광버스였습니다.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니  용기가 없었다고 해야 말이 되겠지요.

그런데 보내주신 글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묻지마 관광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가슴 설레임으로 파트너를 만났고
마냥 즐거운 시간 되었습니다.

색안경
아름다운 색안경을 쓰고 보면
세상이 모두 아름답겠지요.........

좋은 글 감사했습니다.
글 속에 빠져들 수 있는
멋진
훌륭한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오랬만에 가슴설레이는
흐뭇한 시간 보냈습니다.

내내
아름다운 꿈과 함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09-03-13 13:57  
양점숙님의 글

다시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비는 알겠는데 동은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화투에 관해 잘 몰라서겠지요

항상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09-10-08 23:32  
꽃바람 :

반갑습니다.
참 재미있는글 잘 읽고 갑니다
 
 

장병선, 수필가의 인터넷 창작노트
Total 273
no Title name date hit
273 문화재야! 나랑 놀자 장병선 2014-10-30 3
272 샤걀이 보낸 꽃다발 장병선 2014-10-16 14
271 살아가는 방법도 가지가지 장병선 2014-10-07 11
270 달아달아 밝은 달아 장병선 2014-09-13 22
269 바바리 맨 장병선 2014-08-28 22
268 광복절은 흘러간다 장병선 2014-08-18 28
267 홍도 아줌마 장병선 2014-07-25 26
266 처음처럼 장병선 2014-07-25 30
265 부음을 듣고 장병선 2014-07-09 27
264 사람 냄새 장병선 2014-07-09 25
263 퍼온 글 장병선 2014-06-24 25
262 먹기 위해 사는 것 장병선 2014-06-24 30
261 연향 장병선 2014-06-01 33
260 대마도는 우리거야 장병선 2014-05-18 41
259 병상 일기 장병선 2014-05-18 32
258 이른 봄 쑥을 뜯으며 장병선 2014-04-24 43
257 문화재 보호 자원봉사를 하면서 장병선 2014-04-14 40
256 동물원 벚꽃 장병선 2014-04-14 47
255 전주 수목원 장병선 2014-04-14 46
254 재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장병선 2014-03-21 56
 1  2  3  4  5  6  7  8  9  10